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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다림의 세월
날짜 2011-02-11 18:06:17 작성자 이주관
조회 Hit :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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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강 이경여 선생은 효종대왕에게 성심성의로 바른 자세의 정치를 수행하면서 수년을 더 기다릴 것을 말씀하신 바가 있다.

 

 

효종 9권, 3년(1652 임진 / 청 순치(順治) 9년) 10월 25일(계해)

영중추부사 이경여가 분부에 응하여 올린 정치의 요령을 터득하라는 차자

 

영중추부사 이경여(李敬輿)가 분부에 응하여 차자를 올리기를,

“천하의 일에는 모두 요령이 있으니, 요령을 얻으면 일은 반으로 줄고 공적은 배로 늘 것이며, 요령을 얻지 못하면 마음만 수고롭고 일은 날로 졸렬해질 것입니다. 마음을 바루는 요령은 분노를 누르고 욕심을 막는 것이며, 몸을 닦는 요령은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마는 것입니다. 집안을 다스리는 요령은 궁금(宮禁)을 엄하게 하여 사문(私門)을 막고, 우애가 흘러 넘치되 가르침이 그 가운데에서 베풀어지고, 가까이 모시는 자에게 엄절히 함으로써 멀리 전감(前鑑)에 징계되어 좌우 전후가 한결같이 바른 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학문을 강구하는 요령은 항상 경건한 자세로 사리를 밝히며 사욕을 극복하고 예(禮)를 따르는 것입니다. 엄숙하고 공경하고 삼가고 두려워하는 자세로 상제(上帝)를 대하는 것이 하늘을 공경하는 요령이고, 내 몸이 다칠까 조심하듯 윗사람의 것을 덜어서 아랫사람을 돕는 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요령이고, 궁중(宮中)과 부중(府中)이 일체가 되어 나라의 기본 법칙을 누구에게나 공평무사하게 적용함이 기강을 세우는 요령이며, 형벌과 상이 알맞고 거조가 마땅한 것이 인심을 따르게 하는 요령입니다. 공을 세우고 일을 이루려면 반드시 어진 사람을 임용하고 유능한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요령으로 삼아야 하며, 처신을 허물없이 하려면 반드시 간언을 받아들이고 널리 듣는 것을 요령으로 삼아야 하며, 검소를 밝혀 풍속을 변화시키려면 반드시 소박한 음식을 먹고 허름한 옷을 입는 것으로 궁액(宮掖)을 거느리는 요령으로 삼아야 하며, 용도를 절약하여 백성을 넉넉하게 하려면 반드시 절도 있게 제약하고 겉치레 제거하는 것을 요령으로 삼아야 하며, 옥송(獄訟)이 다스려지게 하려면 반드시 감히 모든 옥송과 모든 신계(愼戒)에 간섭하지 말고 유사가 공평하게 다스리도록 맡겨 두는 것을 요령으로 삼아야 하며, 신하들이 함께 삼가고 공손하게 하려면 반드시 당색(黨色)을 다 잊고 시비와 현사(賢邪)를 가리는 것을 요령으로 삼아야 하며, 하늘의 큰 명을 맞아 이어 가려면 반드시 가혹한 정사를 없애고 인후한 풍속을 숭상하는 것을 요령으로 삼아야 합니다. 뭇 신하의 곡직(曲直)을 알려면 반드시 아첨하는 자를 멀리하고 충직한 자를 가까이하며, 강직하고 방정한 말을 좋아하고 순종하고 예삐 보이려는 꼴을 미워할 것이며, 종종걸음으로 쫓아다니면서 맞추는 것을 공손하다고 여기지 말고 직언으로 간하고 물러나기 좋아함을 거만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을 요령으로 삼아야 합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정신을 돋우어 잘 다스리려고 도모하여 거행하지 않은 방책이 없으셨으므로 진실로 천의(天意)에 부합하고 인심을 확고히 하여 앉아서 태평의 공이 이룩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세도(世道)가 날로 낮아지고 시정(時政)이 날로 어지러워져서 위에서는 하늘이 노하고 아래에서 백성이 원망하여 큰물과 가뭄이 잇달고 재해가 몰려드니, 신은 감히 전하께서 이 몇 가지에 대하여 그 요령을 얻었어도 오히려 보람을 얻지 못하시는 것인지, 또는 그 요령을 얻지 못하고 중도에서 배회하여 한갖 성려(聖慮)만 수고롭히는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전하께서 깊이 생각하고 두렵게 여겨 전에 하신 일을 크게 반성하고 성제 명왕(聖帝明王)이 이미 행한 큰 원칙을 다시 찾고 눈앞의 비근하고 잗단 정사를 따르지 말고 신이 이른바 그 요령이 있다는 것을 힘껏 행하소서. 수년 동안 이렇게 하시는데도 하늘이 재앙을 거두지 않고 정치에 성적이 없다면, 신이 망언한 주벌(誅罰)을 받겠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미물인 매미에게 조차도 대단한 기다림의 세월을 요구한다.

 

 

 

매미의 수명은 보통 6년이다. 그 6년 중 5년하고도 열한 달은 땅 속에서 애벌레로 지난다. 땅 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먹으며 지나다가 4번째 껍질을 벗은 후 정확히 6년째가 되는 여름 어느 날 땅 위로 올라온다. 그때 땅 위로 치솟는 힘은 아스팔트도 뚫을 수 있는 정도이다. 땅 위로 나온 후 나무 등걸을 타고 오르다가 5번째 허물을 벗으면 비로소 매미가 된다. 그러나 그렇게나 어렵사리 매미가 되었지만 불과 4주가 지나면 죽음을 맞는다. 결국 매미의 일생은 4주를 보내려고 6년 세월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5번에 걸친 껍질을 벗으며 그늘진 곳에 묻혀 세월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무에 붙어 노래 부르는 매미를 마치 게으른 사람의 표본인냥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노래 부르는 매미의 사연은 처절한 데가 있다. 매미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한갓되이 놀이로 노래 부르는 것이 아니다. 종족을 이어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암컷을 부르는 사랑의 몸부림이다. 4주로 제한된 기간 안에 암컷을 불러 후손을 이어가야 하는 절박함이 있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새나 다른 짐승들이 이 노래 소리를 듣고 자신을 먹이로 삼을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미는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암컷을 만나 자손을 퍼트리고 난 후 4주 안에 매미는 일생을 마치고 나서 개미의 먹이가 되거나 다른 벌레들의 먹이가 된다.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앞에서’의 서두가 떠오른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우리들 인생도 자신의 고귀한 꿈과 비전을 펼치기 위하여서라면 한 달 간의 노래하는 시절을 위하여 6년간을 땅 속에서 애벌레로 기다리는 매미의 삶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기다림의 세월을 견디지 못하면 이루어짐도 없을 것이다. 매미가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우리의 죄많고 우둔한 지혜로는 하늘의 섭리를 다 알 수 없으니 “하나님의 때”를 믿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라는 것이 성경(Testament)의 원리이며, 이러한 약속들이 그 자손의 대에 이르러 서야 성취된 사례가 많음을 본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을 너머서 길게 보고 우리의 소망을 품고 나아가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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