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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토리텔링 교육
날짜 2012-01-14 15:49:33 작성자 이주관
조회 Hit : 1292
첨부파일 세종대왕의 교육방법.hwp    

스토리텔링 교육

 

 

조선왕조실록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거리와 수많은 등장인물 그리고 다양한 의식(儀式)절차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실제로 태조부터 철종까지(고종, 순종은 별도) 25대 472년간 총 1,894권으로 되어있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정의 국가대소사에서 시작해 두메산골 여염집 치정사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이야기가 없다. 유네스코가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의 실록과는 달리 조선왕조실록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킨 것도, 사실에 대한 기록 외에 풍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세종실록은 리더십에 관한 단연 최고의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 황희, 김종서, 최윤덕 등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며 언행, 왕과 신하들의 리더십 과정, 즉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현실진단과 비젼(vision)제시 그리고 그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판과 저항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록에 기록된 리더십이야기를 읽다보면 수백 년의 시공을 훌쩍 뛰어넘어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한계, 그리고 채택되지 않았던 결정의 대안들을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바로 오늘날의 우리들의 문제에 대한 반면교사 일 때가 많다. 예컨대 세종대왕이 재위 초반에 물건을 사고 팔 때 “조선통보”라는 동전(銅錢)만을 -쌀이나 옷감이 아닌- 사용하게 하는 법안을 강행하였다가 집단방화라는 백성들의 저항에 부딪친 적이 있다. 오랜 고심 끝에 세종은 “비록 나라에 필요 하더라도, 백성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추진할 수 없다”면서 자신의 뜻을 접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 등 백성들과의 소통을 마련하게 된 것은 이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는 데 이야기 들려주기가 효과적이라는 세종대왕의 생각이다. “무릇 세자를 교양하는 방법은, 반드시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 하고, 아름다운 일을 들려주는 데 있다. 그것은 마치 초나라에서 생장하면 초나라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세종대왕은 말했다. 좋은 사람을 가까이 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자주 들으면 자연스럽게 좋은 말을 하게 되고, 그러면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이 따라 나온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옛날 선인들은 이야기를 통한 교육, 즉 밥상머리 등에서 공자 맹자 애기 그리고 당태종의 얘기 등을 들려주는 것을 매우 중시하였다.

 

 

공자가 말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세 단계’는 이른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을 통한 인재양성법과 흡사하다. 공자는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이야기가 재미있어야한다고 하였다. ‘그림을 그리려면 앞서 흰 비단을 먼저 준비해야하는 것처럼(繪事後素), 상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일단 흥기(興起)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제1단계 흥기].

 

 

듣는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다음에는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마음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제2단계 협흡]. 논어의 첫 구절인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 하겠는가”라는 유명한 말에서 생략되어져 있는 것, 내포되어 있는 뜻은 과거 성현들의 언행을 배우라는 것이다.

 

 

“이미 배우고 또 때때로 그것을 익힌다면 배운 것이 익숙해져서 마음 중심에 기쁜 이야기가 느껴져서 그 진전을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주희의 해석처럼 ‘협흡어중(浹洽於中)’의 효과, 즉 가랑비에 옷 젖듯 좋은 이야기가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촉촉이 스며드는 단계가 되면, 누가 못하게 막아도 기쁜 마음으로 성현들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이미 마지막 단계인 체화(體化), 즉 습관화되어 완전히 내 것이 된 상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공자는 이 단계를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상태라고 말한다[제3단계 체화].

 

 

요약하자면, 좋은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가 내 생각에 깊숙이 스며들면 자연 행동이 바뀌게 되는데, 이 단계에 이르면 어떤 생각, 어떤 일을 하더라도 좋은 언행에서 벋어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훌륭한 사람들의 정신을 자기도 모르게 드러내는 ‘과화존신(過化存神)’의 효과를 발휘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유학 전통시대 인재양성의 과정이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정책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1428년(세종10년)에 발생한 한 필부가 아버지를 죽인 사건에 대한 대응책이 그렇다. 경상도의 김화라는 자가 부친을 살해한 사건을 보고 받은 세종대왕은 신하들을 불러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 때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변계량은 ‘이런 등류의 일은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컨대 <효행록>등의 서적을 널리 반포하여, 항간의 백성들로 하여금 이를 항상 읽고 외우게 하여 점차로 효제(孝悌)와 예의의 마당으로 들어오게 하소서” 하였다.

 

 

한마디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한 이야기들을 편집하여 자주 들려주고 외게 하면 자기도 모르게 효제하고 예의바른 지경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진 책이 <삼강행실도>이다. 부모에 효도한 사례 등 100여 가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림을 곁들여 전국에 배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은 한국학중앙연구원 2012년1월호 온라인소식지에 올린 세종리더십연구소의 박현모 선임연구원을 글 “스토리는 정치보다 강하다”에서 발췌한 것이다.}

 

 

한편으로 세종대왕의 7대손으로 조선의 대표적 명문가문을 일구어 내신 백강 이경여 선생의 부인 풍천임씨의 스토링텔링 교육방법도 알려져 있는데 이것도 선조이신 세종대왕의 이러한 스토리텔링 교육법에 따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래는 이를 요약한 내용이다(“세종대왕 가문의 오백년 야망과 교육, 이상주 저” 중에서 요약).

 

 

스토리텔링 교육으로 손자 4명을 정승과 판서로 만든 할머니

 

 

인격체로서 대우 받은 이 가문의 여성은 스토리텔링에 의한 논리성 함양 교육으로 자녀를 양육해 명문가문의 밑그림을 그렸고, 의로운 일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남자들이 과감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경여의 아내 풍천임씨는 손자들을 스토리텔링으로 교육해 3명의 정승과 1명의 판서로 만들었다.

 

 

또 3대 연속 문형을 만들었다. 그녀가 항상 무릎 위에 앉히고 옛이야기와 할아버지의 일화를 대화식으로 들려주었던 손자중에 이사명이 병조판서, 이이명과 이관명, 이건명이 각각 좌의정에 오른 것이다.

 

특히 아들인 이민서 손자인 이관명 증손자인 이휘지가 3대 연속 문형에 오른 청사에 빛날 업적을 남겼다.

 

 

그녀의 교육법은 백강공(문정공 이경여 선생)신도비에 적혀있다.

 

 

첫째가 근면함이다. 스스로 일찍 일어났고, 어린 손자라도 늦게 일어나면 꾸중을 했다.

 

둘째가 여색 경계다. 자식이나 손자가 술을 마시거나 부녀자와 가까이 하면 엄히 훈계를 했다. 옛 고사를 인용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 요즘 말로 단순훈계가 아닌 스토리텔링을 함으로써 쉽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셋째가 실천궁행이다. 그녀는 출산 후 10일 만에 손님을 맞았다. 또 겨울에 손등이 얼어터지도록 일을 했다. 시아버지와 남편을 찾는 이에게 성의를 다하기 위함이었다. 그게 집안을 일으키는 힘이라고 믿었다.

 

그렇기에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자란 손자와 자식이 조그만 태만하면 질책을 멈추지 않았다. 큰 인물이 되려면 자신을 닦아야 함을 역설하곤 했다.

 

넷째. 독서다. 임씨부인은 손자들에게 할아버지인 이경여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줬다. 나랏일에 바쁜 이경여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정무에 임했다. 매일처럼 피로했겠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돌아오면 반드시 책을 읽었다. 손자들에게 책 읽는 모델로 할아버지 이경여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교훈의 말씀들을 스토리텔링, 쉬운 비유(比喩)의 방법으로 가장 깊이 있는 생명의 말씀들을 가르치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분은 예수 그리스도일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상당부분이 이렇게 아주 쉬운 비유의 이야기 형태로 심오한 진리들을 말씀하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열매의 씨앗이 좋은 땅에 뿌려지면 육십배 백배의 많은 열매를 맺게 되지만 나쁜 돌밭 등에 떨어지면 그만 죽고 말아 열매를 걷을 수 없다는 비유를 말하며, 우리들이 스스로의 마음의 밭을 순결하고 선량하게 가꾸어 천국의 복음(gospel)을 듣고 받아 흡수하여 참복(福)과 영생(永生)의 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을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이 마음을 가꾸어 가야하는 과제의 중요성과 의미를 이렇게 쉬운 비유로 설명하였다.

 

 

우리도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쉬운 비유의 스토리텔링 방법을 꾸준히 익혀 재미있고 탁월한 소통능력, 훌륭한 리더십을 가지도록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진리의 말씀은 쉽다는 말이 생각난다.

 

 

2012. 1.14. 이 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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