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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國之存亡, 如人之死生
날짜 2013-10-16 14:25:44 작성자 이주관
조회 Hit :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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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존망은 사람이 죽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인조 십이년 병자호란을 2년여 앞두고 있는 시점인 1634년5월24일에 백강 이경여 선생 등은 다가오는 국난을 미리 예견하듯이 정사, 기강, 언로, 부패, 사치 등 국사전반의 부정적인 현상들과 문제점, 개선방책들을 인조임금에게 상차하였다.

 

그 중에 나라의 존망이 사람이 죽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임을 설명하는 대목이 있어 이에 소개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장래 뿐 만이 아니라 우리들 각자의 인생살이의 성패와도 크게 관련이 되고 도움이 되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인조 12년(1634) 5월27일 부제학 이경여 등이 재변·정사·기강·언로·사치 등에 대해 아뢰다.

 

부제학 이경여(李敬輿) 등이 상차하기를,

 

~ 상략 ~

 

나라의 존망은 사람이 죽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혹 악질(惡疾)이 발생하여 죽는 자도 있고, 혹 풍병(風病)이 들어 죽는 자도 있습니다. 원기(元氣)가 이미 쇠약해졌는데 조섭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육기(六氣)가 침범하면서 죽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날에 있었던 강상(綱常)의 변은 악질과 같은 것입니다. 토목공사와 뇌물을 받아들인 것은 풍병과 같은 것입니다. 지금 원기가 전보다 쇠약해졌는데 육기가 틈을 타 침범하는 것은 전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나에게는 악질과 풍병이 들지 않았다고 핑계대고 주색에 빠져들어 위태로운 지경으로 힘껏 달려 나가면서, 도리어 장수하는 복이 있기를 바랄 수 있단 말입니까. 더구나 궁실이 장대하고 화려하며, 노대(露臺)를 별도로 세우는 것은 역시 식자들이 한심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풍병의 조짐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강한 오랑캐가 변경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한습(寒濕)이 바깥에서 쳐들어 오는 것이고, 백성들이 이미 꺼꾸러진 것은 원기가 안에서 상한 것입니다. 궁위가 엄하지 못한 것은 바깥에서 사특함이 틈을 타 들어오는 것이고, 언로가 통하지 않는 것은 혈기가 꽉 막힌 것입니다. 사치 풍조가 만연된 것은 정신이 피로해진 것이고, 긁어 들이기만 주력하는 정사는 살갗을 벗겨내는 것입니다. 음한 기운이 자라나고 양기가 쇠약해지는 것은 종기가 생겨난 것이고, 기강이 문란해진 것은 맥박이 어지러운 것입니다.

 

 

원기가 이미 쇠약해진 사람에게 또 풍병의 조짐마저 있는데, 한습이 공격해 오고, 바깥의 사특함이 틈을 타 들어오며, 혈기가 막혔고 정신이 피곤하며, 피부가 벗겨지고 맥박이 어지러우며, 음양이 거꾸로 되고 수족이 뒤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병이 없다고 하여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물리치면서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만을 추구할 경우, 곧바로 죽을 것임은 유부(兪跗)나 편작(扁鵲) 같은 명의(名醫)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하략~

 

【조선왕조실록 태백산사고본】 【영인본】 34책 551면

 

 

○壬子/副提學李敬輿等上箚曰:

~上略~

國之存亡, 如人之死生, 或有以惡疾而死者, 或有以病風而死者, 而元氣旣敗, 將攝失宜, 則六氣之侵, 無不能死人。 向者倫紀之變, 惡疾之類也; 土木賄賂, 病風之疾也, 而今之元氣, 不如向時, 六氣抵隙, 無異前日, 何可諉我不爲惡疾、病風, 而縱酒、耽色, 力趨危境, 反希壽考之福哉? 況宮室之壯麗, 露臺之別營, 亦爲識者之寒心, 則病風之漸, 不可謂全無也, 而强寇壓境, 寒濕之外中也; 邦本已蹶, 元氣之內戕也。 宮闈不嚴, 外邪之乘也; 言路不通, 血氣之壅也。 奢侈之風, 精神之困疲也; 聚斂之政, 肌肉之割剝也。 陰長陽衰, 癰疽之將發也; 綱解目紊, 脈度之潰亂也。 以元氣旣敗之人, 又有病風之漸, 寒濕攻而外邪乘, 血氣壅而精神疲, 肌肉割而脈度亂, 陰陽反常, 手足倒置, 自謂無疾, 却瞑眩之藥, 從耳目之好, 則朝夕溘然, 不待兪、扁而知之。 ~下略~

 

 

 

실제로 편작(扁鵲)은 육불치(六不治) 환자(患者)를 말하였다.

 

편작(扁鵲)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명의였다고 한다. 그는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의술을 펼쳤는데 특히 ‘괵’나라 태자를 살려 당시 명의로 이름을 날렸다. 사마천 <사기(史記)>에는 그에 대한 전설적인 의료행위가 다른 명의의 전기와 함께 실려 있다. 신비적인 무속과 과학적 의료행위가 공존하고 있었던 당시에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의학이론을 펼쳤다는 것이 역사가 사마천의 편작에 대한 평가다.

 

<사기(史記)> <편작열전(扁鵲列傳)>에 보면 편작은 어떠한 명의라도 도저히 고칠 수 없는 6가지 불치병이 있다고 강조한다. 일명 도저히 고칠 수 없는 환자 육불치(六不治)다.

 

일불치(一不治)는 교만하고 방자하여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환자다.

 

‘환자가 교만하여 병리를 따지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불치병 환자다(驕恣不論於理, 一不治也).’

 

병에는 원리가 있고, 그 원리를 알아야 치료를 하는데 주관적인 판단만 중요시하고, 정확한 의사의 진료와 충고를 따르지 않는 교만한 사람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편작이 제나라에 갔을 때 제나라 왕 환공(桓公)은 편작의 진단을 믿지 않아 결국 골수암으로 죽고 말았다. 이렇게 의사를 불신하고 병리를 무시하는 사람은 주로 고위직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서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불치(二不治)는 자신의 몸보다 돈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몸을 가볍게 여기고 재물을 중시하는 것이 두 번째 불치병 환자다(輕身重財, 二不治也).’

 

몸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돈과 재물을 중시하여 몸을 가벼이 부린다면 이것 또한 불치병이라는 지적이다. 열심히 일하여 돈도 벌고 지위가 높아질 수 있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몸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불치(三不治)는 옷과 음식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 옷을 적절하게 입고 음식을 적절하게 섭취하지 못하는 것이 세 번째 불치병 환자다(衣食不能適, 三不治也).’

 

옷은 추위를 견딜 정도면 적당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채울 만하면 적당한 것인데 지나치게 음식을 탐하고 편안한 것만 쫓는 환자는 어떤 명의라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먹고 입는 것이 중용과 적절함을 잃으면 건강이 깨진다. 건강의 가장 기본은 적당한 섭생과 보온이라는 것이다.

 

사불치(四不治)는 음양의 평형이 깨져서 혈기가 안정되지 않는 사람이다.

 

‘음양의 균형이 망가지고 기가 안정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이 네 번째 불치병 환자다(陰陽幷藏, 氣不定, 四不治也).’

 

음양이 장기를 장악하여 혈맥의 소통이 단절되면 기가 불안정해져서 돌이킬 수 없다는 상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기력은 인간 몸의 기간이 되는 것으로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오불치(五不治)는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의 사람이다(形羸不能服藥, 五不治也).

 

어떤 명약을 쓰더라도 그 약을 받아들일만한 기본 체력이 없다면 이것 또한 고치기 힘든 병이라는 것이다. 걸을 수 있고 약을 먹을 힘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많은 의사들은 이야기한다.

 

육불치(六不治)는 무속에 빠져 신비적으로 병을 고치려고 하는 사람이다.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 여섯 번째 불치병 환자다(信巫不信醫, 六不治也).’

 

편작이 살던 시대에는 여전히 신비적인 치료가 유행하고 있었다. 병은 원리를 알고 고쳐야지 신비의 힘으로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편작은 ‘육불치(六不治)’의 명의도 손들 수밖에 없는 환자의 유형을 말하면서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있더라도 병이 중하게 되고 고치기 힘들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편작이 말하는 쉽게 고칠 수 있는 환자는 겸손하게 자신의 주관적 고집을 버리고 전문가에 의뢰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병이 어찌 몸에만 있는 것이랴? 우리 정신에도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육불치(六不治)가 있다.

 

교만하고, 돈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고, 과식과 사치를 일삼고, 일과 가정의 조화가 깨지고 정신적 피폐와 부도덕함이 극에 이르고, 자기 이외에 남을 배려하지 아니하며, 나쁜 짓하고는 신에게 용서해 달라고 비는 사람 등이 진정 육불치의 전형이라 하겠다. ~ 박재희, 민족문화곤텐츠연구원장, 2013. 9.13.

 

결국 핵심을 요약하여 말하면, 개인이나 나라나 진리를 바탕으로 하는 건전하고 호혜적인 정신문화 및 생활의 풍토를 진작, 배양하여감이 개인과 나라의 건강과 번영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나는 오늘날 우리들의 제반 교육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지나치게 도외시하여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들의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등 제반 교육에서, 우리는 성경, 사서삼경, 불경, 동서양의 철학사조 그리고 세종대왕 같은 위대한 선조의 사상 등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체계화하여 널리 가르치고 일깨워 건전한 시민들을 기르는 노력에 새롭게 눈을 떠야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참으로 각자가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는 토양이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요건이요 토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오늘날 우리 국사 교과서에 대한 진보와 보수 양 진영 사이의 시각의 차이에 의한 심각한 다툼도 이러한 깊은 진리의 관점에서 조명해나면 해결과 화합의 길이 열릴 것이다. 특히 세종대왕의 국민에 대한 무한한 배려와 인내, 선조들에 대한 존경심과 권위부여(이는 ‘溫故而知新’의 정신에 부합된다고 본다), 그리고 천년 앞을 내다보는 시각 등을 배워야할 것이다.

 

2013.10.16. 이 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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