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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라
날짜 2009-09-29 13:58:22 작성자 이주관
조회 Hit : 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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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성경(testament)의 핵심은 "하나님을 공경(사랑)하고 이웃(백성)을 사랑(아가페의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아래의 백강 이경여 선생의 말씀을 보면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이 이땅에 전래되기 이전인데도, 그 핵심을 꿰뚤어 말씀 하시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성경의 핵심되는 가르침(이치)를 보시지도 아니하시고 꿰뚫고 계신 혜안에 우리는 주목하여야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성리학도 세계적인 안목을 가지고 스스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더 연구하며 세계에 기여할 길을 찾아가야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확장하여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헤겔(Hegel)의 변증법을 거론하지 아니하여도, 자고로 패쇄적인 자세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은 역사에서 누누이 볼 수 있지요.

 

적어도 성경이 왜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가를 깊이 살피고 그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도 알아보고, 우리성리학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 가야하리라는 생각입니다.

 

나아가 불교나 이슬람교 등에 대하여도 같은 접근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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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년(인조 신미년) 부제학이 된 이경여(당시 나이 47세)가 상차하여 인조임금의 잘못을 지적한 글이다. 인조임금은 매우 절직한 말이라 여겨 좋은 뜻으로 받아들였다.

10월 부제학 이경여가 상차하기를,

“신들이 삼가 보건대, 근래 대각(臺閣)의 신하가 상의 결점과 시정의 잘잘못을 가지고 전후에 걸쳐 진달해 아뢴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도 채택하여 받아들인 효과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한 상황에서 거의 미안스런 전교만 내리시어 멀리서부터 오는 사람까지도 막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신들처럼 눈먼 사람의 이야기는 더욱 임금의 귀를 움직이고 뜻을 되돌리기에 부족하겠습니다만 신들이 논사(論思)하는 직책에 있어 임금을 보필하고 인도하는 것이 임무인 이상 어찌 한갓 개인적으로 모여 걱정만 하면서 할 말을 다하고 의논을 지극히 하여 잘못한 것을 바로잡는 책임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보잘것없는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 아래에 조목별로 진달드리겠습니다.

 

 

첫째는 하늘을 공경하는 일입니다. 임금은 높은 지위에 있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두려워 할 것은 하늘뿐입니다. 하늘은 이치이니, 한 생각이 싹틀 때 이치에 합하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어기는 것이고, 하나의 일을 행할 때 이치를 따르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소홀히 여기는 것입니다. 옛적의 제왕이 매우 조심하며 상제上帝를 대한 듯 행동한 것은 진실로 이 때문입니다. 정성으로 하늘을 섬기면 천명天命이 계속 아름답게 내려지지만 하늘을 어기고 이치를 거스르면 그 천명이 영원히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의 마음은 인자하여 차마 갑자기 끊어버리지 못하니, 반드시 재이(災異)를 내려 견책한 뒤 흐리멍덩하게 깨닫지 못하여 끝내 고치지 않은 다음에야 크게 벌을 내리는 것입니다.... 중략...

 

하늘이 멸망시키거나 사랑하여 돕는 것은 공경과 불경(不敬), 정성과 불성(不誠)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천명은 일정함이 없으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전하가 즉위한 이후로 천문 지리 곤충 초목의 재이를 실로 낱낱이 들기가 어렵습니다. 수 년 이래로 종묘의 나무에 벼락이 치고 진전(眞殿)에 불이 났는가 하면 반 년 동안 가뭄이 들고 8월에 큰물이 졌으며 벼가 쓰러지고 나무가 뽑히는 큰 바람이 불었으니, 이는 실로 근고에 없었던 변고입니다. 전하께서는 이를 기수(氣數)와 관계된 현상으로 여겨 스스로 합리화시키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찌 크게 삼가고 두려워함이 없으며 크게 절약함이 없으며 크게 시행하고 조치함이 없습니까. 상선(常膳)을 감하고 정전(正殿)을 피하는 것으로 하늘의 노여움을 되돌릴 수 있다고 여기십니까. 미워함을 사사로운 정에 따르므로 상하가 막혔으니, 하늘의 노여움이 그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게 없습니다.....중략 .....

 

재앙이나 복은 자신이 초래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잘못을 깊이 징계하고 스스로 장래의 복을 구하여 상림(桑林)의 육책(六責)으로 몸을 살펴 반성하고 운한(雲漢)의 8장으로 몸을 기울여 덕을 닦으소서. 심술(心術)의 은미한 곳으로부터 궁정의 사람 없는 곳과 동작하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이르기까지 삼가 공순하고 공경히 두려워하지 않음이 없게 하소서. 천명을 스스로 헤아려 천리로써 보존하고 자연의 법칙으로써 움직여, 공경하고 조심스럽게 하기를 마치 효자가 어버이를 섬길 때 힘써 성의를 쌓아 기필코 즐겁게 되시도록 하는 것과 같이 하소서. 그리고 애통스런 전교를 시원스럽게 발표하여 과거의 허물을 사과하고 널리 직언(直言)을 구하며 덕 있는 사람을 모두 받아들여 적소에 앉혀 쓰되 전일처럼 형식적으로 끝나지 않게 하여 재이를 소멸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소서.

 

또 한 가지는 백성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늘이 임금을 세우는 목적은 진실로 이 백성을 돕기 위함이지 한 사람의 편안함만을 도모해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랑하면 임금이고 학대하면 원수이니, 민심의 향배에 따라 나라가 보존되거나 망하거나 하는 것입니다. 명철한 임금과 훌륭한 제왕이 백성들의 뜻이 험악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썩은 새끼줄로 6마를 모는 것처럼 조심하며 경계하지 않은 경우가 없었던 것은 실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 백성들은 지난번에 이르러 극도의 도탄에 빠졌습니다. 백성은 일정하게 사모하는 일이 없어서 인덕이 있는 이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니, 심산궁곡에서도 기뻐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이 없어서 마치 호랑이의 입을 벗어나 자애로운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인데, 이런 때에 백성을 보호하여 왕이 되는 것은 마치 손을 뒤집는 것과 같이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유사(有司)가 위로 상의 뜻을 체득하지 못하고 시정(施政)을 잘못하여 작은 비용을 아끼다가 큰 신의를 잊는가 하면 작은 사무를 먼저하고 원대한 계획은 뒤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죄를 씻어준다는 은혜가 도리어 신의를 잃는 결과가 되고 변통(變通)한다는 정사가 끝내 분란의 단서만 조성하게끔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훈신이 간혹 조정의 처치를 기다리지도 않고 자신의 토지를 넓히려는 욕심을 다투어 채우고 있습니다. 지난 시절 농민들이 권간(權奸)에게 탈취당한 것들을 문서가 있는지도 묻지 않고 옳고 그름이 어떤지를 따지지도 않은 채 돈에 눈이 먼 사람들처럼 서로들 점유하여 한량없이 욕심을 채운 뒤에야 그만둡니다.

예로부터 봉지(封地)를 정하여 상을 시행할 때는 각각 제한을 두어 공의 경중에 따라 천 호나 만 호를 주었으니, 오늘날처럼 문란해져 질서도 없고 제한도 두지 않음으로써 듣고 보는 대로 스스로 취하도록 한 일은 있지 않았습니다. 10년간 탈취당하여 원망을 품은 채 때를 기다리던 자들의 시름과 원망이 정반대로 바뀌어 얼굴 펴며 기뻐하던 것이 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걱정거리로 변하였고 보면 지금도 그대로 전철을 밟는 꼴이 되어 주인만 바뀌었을 뿐 탈취당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니, 백성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이것이 처음에 잘못하여 백성들의 원망이 일어나게 된 까닭인 것입니다.

 

내수사에 투속하는 폐단에 대해서는 전하께서 왕위에 오르시기 전에도 필시 들어 아셨을 것입니다. 중흥한 뒤에 발본색원은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폐단이 조금 단속되었는데, 요즈음에는 전일의 습관이 차츰 자라나 혐의 때문에 고발하기도 하고 그 주인에게 죄를 얻어 죽게 되자 도망하여 의탁하기도 하며 고역을 피해 편한 곳에 가려고 연줄을 대어 소속되기를 도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수령이 겁을 먹고 두려워하여 감히 밝게 변별하지 못한 채 본사로 귀속시키니, 먼 시골의 곤궁한 백성으로서 억울함을 제대로 해소한 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 내사內司에 관계되는 일은 전하께서 마음을 비워 처리하지 못하시고 법대로 한 담당 낭청을 추고하라는 명을 내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성상의 마음이 한 편에 치우친 바가 있어서 폐단이 이 때문에 점차 일어나는데, 유사의 법 집행이 그 사이에 시행되지 못하고 액정(掖庭)의 세력 또한 당초와 다르니, 하민들만 탄식할 뿐 아니라 실로 식자들의 근심거리가 되었습니다.

 

각 아문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폐단에 대해서는 지난번 본관의 논차(論箚)에서 이미 다 말씀드렸기에 신들이 감히 다시 번거롭게 하지 않겠습니다마는, 오늘날 백성의 피해로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는데, 지방 사람도 물론 감당하지 못하나 서울의 백성들은 더욱 심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 이웃과 종족까지 불법으로 탈취를 당하여 파산하고 떠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원망하고 울부짖는 모습을 전하께서는 필시 듣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전하는 백성의 부모이니, 그들의 가렵고 아픈 것을 마치 내 몸에 있는 것처럼 보아야 하는데, 어찌 백성에게 차마 못할 짓을 하십니까. 어찌 꼭 이만 말하면서 강한 의지를 분발하여 이 좋지 않은 풍습과 고질적인 폐단을 말끔히 씻어버리지 않으십니까.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겠다는 말을 신 등은 성인의 훈계로서 너무 지나치다고 마음속에 의심하였는데, 지금의 일로 보면 자못 더 심한 바가 있습니다.

 

궁가(宮家)에서 빚을 징수하는 폐단은 각 아문보다도 심합니다. 오랫동안 받지 못한 빚은 문서를 가져다가 바치기도 하고 아무 근거도 없이 몰래 청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무뢰한 종들을 풀어서 부유한 사람을 골라 누구에게 빚이 있는데 바로 채무자와 같은 친족이라고 하면서 결박을 지워 거꾸로 매달아 사제에 가둔 뒤 온갖 방법으로 학대하여 하루 사이에 수백 냥의 은자를 징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명나라 서울에 가는 역관들에게 억지로 헐값을 대어주고는 돌아왔을 적에 그 열 배나 불법으로 탈취하므로 집을 기울여 파산하고서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여 원근에 사는 족속들이 모두 피해를 당합니다. 심지어는 사방 주현의 아전들이 일 때문에 서울에 올 경우 끝까지 찾아내어 그 고을 사람이 진 빚을 모두 책임지기를 요구하면서 가두어놓고 탈취하기를 끝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방 사람들이 한번 도성 문에 들어가는 것을 마치 죽을 곳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여기고 있으니, 고금 천하에 나라를 세워 법을 설치한 뒤로 어찌 이와 같은 시대가 있었겠습니까. 대간이 이를 논하여도 죄를 가하지 못하시는 성상의 의도를 신들도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은 조종의 법이니, 전하께서 어떻게 사사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백성을 괴롭히고 나라를 해치며 법을 뛰어넘고 죄를 범하는 것이 이와 같이 심한데도 죄벌이 미치지 않고 관작이 그대로 있습니다. 궁노와 부속(府屬)까지도 사주를 받아 악행을 저지르면서 모두 태연하고 의기양양하게 거리를 누비면서 말하기를 ‘누가 감히 나를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데, 평민들이 이들을 보면 마치 사나운 귀신을 만난 것처럼 놀라고 두려워하여 피해 숨으니, 그 기상이 참담합니다.

전하께서 일찍 조치하여 특별히 엄금하지 않으면, 제멋대로 방자하게 구는 걱정거리가 여기에 그치지 않아 원근의 원망이 모두 전하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조종의 법이 이로부터 폐지될 것이며 조정의 기강이 이로부터 떨어질 것이며 전하의 백성들이 이로부터 수족을 놀리지 못할 것입니다. 법을 지키는 책임은 오로지 헌부에 있는데도 사사로운 위엄이 매우 왕성하므로 하리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두려워하여 차라리 본부의 형벌을 받을지언정 감히 궁가에 거스름을 당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 임금의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고 국가의 법이 없어지지 않았는데, 헌부가 법관의 몸이 되어 어찌 하리가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을 그대로 놔둔 채 기강을 진작시켜 백성을 구할 방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재이로 인하여 백성을 구휼하라는 명이 이미 내렸으니 해조는 받들어 주선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유사의 뜻은 항상 경비를 걱정하여 궁한 백성에게 베푸는 은택이 아래에까지 내려가지 않으니, 전하께서 진정으로 측은히 여기시어 단연코 시행하지 않는 한 반드시 정체되는 폐단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부(貢賦)의 역이 지난 시절에 비해 반감(半减)되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비유하면, 혈기가 왕성할 때에는 고질적인 중병이라도 지탱해 나갈 수가 있으나 노쇠하게 되면 아주 작은 병이라도 제대로 견디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민역(民役)이 조금 가벼워졌는데도 원망이 전과 다름이 없는 것 역시 이와 같은 것입니다. 지금은 백성이 곤궁하고 재물이 고갈되었으니, 마치 큰 병을 이제 막 앓고 난 사람에게는 반드시 미음과 죽을 먹이고 좋은 곡식과 고기로 영양을 취하게 하며 편안한 자리에 뉘여 기혈(氣血)이 정상화되기를 기다려야 비로소 완전하게 되는 것과 같은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불행하여 변란이 서로 잇따르고 전쟁이 자주 일어나 책응할 일이 날로 많아졌으므로 백성에게 취하여 마련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이와 동시에 흉년이 들었으므로 이미 일정한 생산이 없게 되어 안정된 마음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호패(號牌)를 폐지하자 유민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그 살 곳을 정하지 못한 채 옮겨왔다가 옮겨가므로 남아 있는 자가 얼마 없는데, 여러 명목의 역은 그대로 남아 있어 해조와 해사가 장부를 조사해 군포(軍布)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기타 정군(正軍)도 대부분 유랑하여 도망치므로 이웃과 종족이 피해를 입는 폐단이 다시 일어났는데, 한 사람의 도망으로 한 마을이 피해를 받아 갈수록 서로 침해하여 원근이 소란스러우니, 수령도 구원할 만한 방책이 없고 방백도 잘 처리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유랑하여 도망간 사람의 역을 전결(田結)에 책임지게까지 하고 있으니, 백성이 어찌 고달프지 않겠으며 원망이 어찌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이 폐단을 막지 않으면 10년이 지나지 않아서 이 백성들이 농가에서 편안히 지내지 못할 것입니다.

또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대로 침해하여 재물이 이미 바닥이 났는데, 길흉간의 큰 예가 해마다 중첩되므로 대소 간에 모두 시민에게서 마련해내고 있으니, 이것이 중외(中外)가 모두 고달파지고 농민과 공상(工商)이 함께 병든 까닭입니다.

 

또 한 가지 의논이 있으니, 국사와 민사를 갈라서 두 가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상(慈詳)하고 개제(愷悌)한 사람에 대해서는 백성들을 기쁘게 하여 칭찬을 받으려 한다고 하고, 일을 잘 주선하여 능력을 자랑하는 무리에 대해서는 마음을 다하여 공무를 집행한다고 하여, 이를 기준으로 축출하고 승진시키며 헐뜯고 칭찬합니다. 조정이 어떤 기품을 숭상하면 원근이 그 영향을 받게 마련인데, 임금의 명을 받들어 선포하는 승지가 거꾸로 독촉하며 채근하는 행정을 하고 죄인을 매질하는 형벌이 끝내 목민관에게까지 미쳤습니다. 이미 작상(爵賞)을 주어 권장하고서 또 형벌을 내려 문책한다면 방백과 수령이 자신을 구원하기에도 겨를이 없을 텐데, 관대한 법규를 펴며 어루만져 사랑하는 방도를 다할 여유가 있겠습니까.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오늘부터 백성들과 더불어 낡은 것을 고쳐 새로 시작하소서. 훈신에게 하사한 문서와 당초 관청에서 적몰한 명부를 해사로 하여금 자세히 조사하여 서계(書啓)하도록 하고, 동시에 제도(諸道)의 방백으로 하여금 수령 중에서 억센 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명한 사람을 따로 정해 죄인에게 적몰한 전민(田民)이 있는 곳에 가서 직접 부정을 적발하도록 하여, 아무 죄인의 전지는 몇 결(結) 몇 구역이며, 아무 고인은 하사받은 것이 얼마이며, 아무개는 탈취당한 곳이 몇 군데인지 낱낱이 기록을 작성하여 올려 보내게 한 뒤에 해조의 기록과 서로 대조토록 하소서. 그리하여 적몰한 것 중에 들어 있지 않은데도 불법으로 점유한 것과 지난번에 탈취당한 것을 그대로 빼앗아 점유하고 있는 것은 그 곳의 관원으로 하여금 본 주인에게 되돌려 주게 하고, 정수 이외에 많은 양을 외람되게 점유한 것은 다른 공신에게 옮겨주도록 하여 고르지 않게 불법으로 점유하는 폐단이 없도록 하는 동시에 탈취당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원망을 누그러뜨리도록 하소서.

 

내수사에 투속한 자는 해사로 하여금 문권(文券)을 조사하여 되돌려 주도록 하고, 서로 송사 중에 있거든 유사와 수령에게 맡겨서 법에 따라 처결하도록 하되 본사로 하여금 그 사이에 간여하지 못하게 하소서. 고발하는 사람이 있으면 역시 해도와 해조로 하여금 상세히 증거를 조사하게 하여 혹시 무고일 경우에는 중한 형벌로 다스리소서. 액정서의 관원과 하인들은 외방에 심부름 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이조에 신칙하여 내수사의 모든 관유(關由)와 문이(文移)는 반드시 그 가부를 살펴서 쓸 것은 취하고 못 쓸 것은 버려 구차스럽게 따르지 않게 함으로써 조종의 옛 제도를 회복하소서. 각 아문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이익을 취하지 말도록 분명히 훈계를 내려 일체 폐지시킴으로써 그 근원을 막으소서.

 

그리고 헌신(憲臣)에게 명하여 연줄을 대어 폐단을 만드는 사람을 적발해서 무거운 벌로 논죄하고 용서하지 말도록 하소서. 제 궁가에서 법을 어기고 백성을 해치는 것은 탑전(榻前)에 나오게 하여 간곡하게 타이르고, 헌부에게도 단단히 일러서 궁노(宮奴)와 부(府)에 딸린 자 중에 함부로 소란을 일으키는 자나 채권(債券)을 바치거나 몰래 청탁하여 백성을 침해하는 자는 구속하여 중한 형벌을 내리고 떳떳한 법으로 다스리게 하소서. 그리고 중외에 깨우쳐서 침해를 당한 사람으로 하여금 법부(法府)와 해조에 일제히 소송을 내게 하고 빼앗긴 물건을 낱낱이 찾아 주어 거꾸로 매달린 것 같은 백성들의 급박한 상황을 풀어 주소서. 명나라 서울에 갈 때 사사로운 물품의 무역을 허락하지 말고 이를 범한 자도 무겁게 죄를 물으소서.

 

재이를 구휼하는 일은 보통의 예를 따르지 말고, 임금 자신의 봉양에 대해서는 통렬히 삭감하고 특별히 면제해 주어 오직 어루만져 기르는 데 뜻을 두소서. 어사의 고강(考講)이나 점마 별감(點馬別監)의 지방 파견도 정지하고 조금 풍년이 드는 해를 기다려 하도록 하소서. 각 고을의 유망(流亡)과 절호(絶戶)에 대해서는 해도(該道)로 하여금 분명히 조사해 선처하도록 함으로써 이웃과 종족의 폐단을 제거하소서. 응당 바쳐야 할 각종 포목의 곱고 거칠며 길고 짧은 품질도 당초의 재생청(裁省廳) 사목대로 하고 그 규정을 넘지 못하게 하소서. 이번에 재이를 입은 곳은 자세히 현장 조사하여 재이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고, 다시 애처롭게 여기어 돌보아주는 은전을 실시하여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소서.

 

그리하면 절목 사이의 일은 자연 유사(有司)가 처리할 텐데 그 큰 근본은 오직 전하께서 크게 뉘우치고 깨달아서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를 행하여 덕을 우선으로 삼고 이(利)를 뒤로 하며 위를 삭감하여 아래를 더해주는 데 달려 있습니다. 일을 잘 주선하는 신하를 지나치게 장려하지 말고 선량한 관리들을 지나치게 깎아내리지 마소서. 가혹한 정치는 눌러서 행하지 못하게 하고 인서(仁恕)의 도를 확대 적용하소서. 그리하여 온 나라의 백성들을 모두 널리 사랑과 은혜를 베푸는 인덕(仁德)의 지역에 살게 하며 한 사람도 제 살 곳을 얻지 못하는 이가 없게 함으로써 임금의 도리를 다하소서. < 조선왕조실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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