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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문하는 자세 [청음 김상헌 선생]
날짜 2009-12-25 14:41:29 작성자 이주관
조회 Hit :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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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백강 이경여 선생의 큰아들 이민장 선생에게 주신 청음 김상헌 선생의 글로서 우리들의 학문하는 자세에 교훈이 될것임니다.

 

[척화신의 상징이시었던  청음 선생은 지조 있는 선비의 표상이라 생각되며 제 처가의 선조가 되심]

 

 

완산(完山) 이 상공(李相公)이 북정(北庭)에 조빙(朝聘)하러 올 적에 가독(家督)이 따라왔는데, 얼마 뒤에 명이(明夷)의 화에 걸려 나와 함께 전후하여 별관(別館)에 구류되어 있으면서 지붕을 나란히 해 거처하였다. 이에 담장을 뚫고 서로 왕래하였는데,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았으니, 이는 평소에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이었으며, 또한 함께 환란을 만나서였다. 내가 그의 아들을 나의 아들처럼 여겼는데, 깨끗하고 명석하며 풍부하고 두터웠으며, 속은 반듯하고 겉은 순하였는바, 공손하여 법도가 있는 집안의 자제였다. 그는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서는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은 다음 단정히 앉아서 글을 읽었는데, 밤이 이슥해져서야 비로소 그치었다. 또한 아버지의 명이 있지 않으면 문밖으로 나가는 자취를 자주 볼 수 없었다. 때때로 나를 찾아와서 의심스러운 점을 질문하면 내가 알고 있는 바로써 고해 주었는데, 말을 하면 곧바로 깨달았다. 그의 안색을 살펴보면 마치 기뻐하는 듯하였으며, 역시 권태로워하는 기색을 볼 수가 없었다. 그와 같이 지낸 것이 한 해가 넘었는데, 일이 끝나고서 장차 동쪽으로 돌아가게 되자, “저에게 지금 소원이 있어 청해 볼까 합니다. 종신토록 외우면서 지킬 만한 말 한마디를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이에 내가 말하기를, “아, 옛날 사람들은 이별에 임하여 서로 간에 처증(處贈)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도가 오랫동안 없어졌었는데, 지금 자네로부터 다시 행해지게 되었다. 비록 그러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해 줄 만한 사람이 아니니, 어찌 능히 두터운 소망을 채워 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일찍이 듣건대 장사(長沙) 도공(陶公)이 한 말이 있으니, ‘대우(大禹)는 성인(聖人)인데도 오히려 촌음(寸陰)을 아꼈으니, 중인(衆人)들은 의당 분음(分陰)을 아껴야 한다.’ 하였으니, 선비의 마음 씀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공자(孔子)는 말하기를, ‘학문을 함에 있어서는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하고서도 오히려 잃을까 두려워해야 한다.’ 하였으며, 맹자(孟子)는 말하기를, ‘안연이 말하기를, 「순 임금은 어떠한 사람이며,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훌륭한 일을 하는 자는 또한 이 순 임금과 같다.」 하였다.’ 하였네. 이제 자네가 장사(長沙)가 시간을 아까워한 뜻을 지니고, 공자와 안자(顔子)의 훈계를 가슴 깊이 새기고서 날마다 부지런히 힘쓴다면 거의 이룸이 있을 것이다.” 하였다. 이에 시를 써서 준다.


종남산과 백악 모습 양쪽 고운 눈썹인데 / 終南白岳兩脩眉
그 중간에 대문 있어 바라보면 뚜렷하네 / 門巷中間望不迷
작은 등불 은은한 빛 한 점 붉게 비치이면 / 隱映小燈紅一點
새벽녘에 그대 앉아 글 읽는 줄 내 알았네 / 知君曉坐讀書時

[주D-001]가독(家督) : 큰아들로, 이민장(李敏章)을 가리킨다.
[주D-002]명이(明夷)의 화 : 《주역》 명이괘(明夷卦)의 괘사(卦辭)에서 나온 말로, 어진 사람이 간사한 자에 의해서 참소를 당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청나라로 잡혀 온 화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주D-003]처증(處贈) : 붕우 간에 이별에 임해서 서로 권면하는 말을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 자로(子路)가 노(魯)나라를 떠나가면서 안연에게 말하기를, “무슨 말을 나에게 해 줄 것인가?〔何以贈我〕” 하였으며, 안연이 자로에게 말하기를, “무슨 말로 나에게 처신하는 방도를 일러 줄 것인가?〔何以處我〕” 하며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 준 데서 온 말이다. 《禮記 檀弓下》
[주D-004]장사(長沙) 도공(陶公) : 진(晉)나라 때 대장군(大將軍)을 거쳐 벼슬이 태위(太尉)에 이르고 장사군공(長沙郡公)에 봉해진 도간(陶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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